지난주에 내린 비에게 감사한 날 ㅎ
덕분에 일주일 더 있다가 가게 된 광양 매화 마을
아직 절반 정도 필 꽃이 남아있긴 하지만
즐길 만큼의 양은 되니까 선방한 거다
축제가 끝났는데 아직 이 정도라니
꽃의 때를 어찌 알 수 있으리?
봄만 되면 심각하게 깨닫게 되는 자연의 때에 대한 생각
꽃을 좋아하는 84세 엄마를 둔 K-장녀로서
매년 똑같지 않을
곳곳의 꽃들을 보여드리자 항상 다짐을 하는데
올해도 놓치지 않고 광양을 찾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7시 30분 출발
네비를 켜니 253대가 가고 있단다
꽃구경하기 딱 좋은 날이긴 하다
54분 후에 도착이란다
엄마는 기분이 좋으신 모양
꽤 멀다 생각했는데 1시간이 채 안 되는 거리였다
일찍 도착하니 차로 근처까지 갈 수 있겠지?
했는데…ㅠ
네비로는 아직 거리가 남았는데
갑자기 주차를 하란다
”이건 아닐 거야, 다른 길이 있을 거야 “ 하고
우회전을 했는데
가려는 길은 차단되고 다시 그 주차장이다
주차를 하고 셔틀을 타야 한단다
평소 검색이라곤 잘하지 않고
매년 오던 곳이라 별 생각지도 않고 왔는데..
매번 주차문제로 힘들긴 했었지
하지만 울 엄마는 어째?
“엄마가 다리가 불편하셔서 걷기가 힘드시니
다른 방법이 없는지요”
“매화마을 앞으로 차가 아예 못 들어갑니다”
( 난감 )
“그럼 셔틀버스에 더 가까운 주차장으로 갈 수 있나요?”
“그럼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세요”
(감사한 마음에 인사하고 들어가는데 호루라기 소리!!)
“들어오면 안 됩니다!!!”
“이러이러하다 말씀드리니 더 가까이 가라 해서…”
“도대체 누가요?”
“저어기서 ㅠㅠㅠ”
(쭈굴쭈굴 ㅠㅠ)
“그럼 할머니 셔틀 옆에 내려드리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방법은?”
“없습니다
일방통행이라 밖으로 나가서 다시 돌아서
들어와야 합니다”
( 뭐 이런!!! )
하는 수 없이 차를 세우고 천천히 걸었다
셔틀을 탔는데
셔틀까지 걸어가기!
버스에 올라타기!
벌써 힘에 부치신 듯 숨소리가 거칠다
잠깐 후에 셔틀 종점이라 내리라고 한다
매화마을은 보이지도 않는데 강물 보며 걸어가란다
하차
자가용으로만 오던 길이라 어디가 어딘지 몰라
관계자로 보이는 분께 여쭤보니
7분 정도만 돌아서 걸어가면 마을이 보인다신다
젊은 청년들이야 7분이겠지만 ㅠ
거의 20분 가까이 걸었나?
익숙한 곳이
보이는데 여기서부터 오르막이다
난감하다
걷다 쉬었다는 반복 하며 겨우 조금씩 올라가는데
사람은 이른 시간인데도 참 많다
그런데 여기에 세워져 있는 차들은 뭐람
사진 찍어가며 앉아 쉬어가며
전시판매장까지만 가고 결국 더 가기를 포기했다
이미 너무 많이 걸으셔서 ㅠ
너무 멀다 ㅠㅠ
아이스크림 한 개 사서 드시며 앉아 쉬시게 하고
혼자라도 휘리릭 둘러보자 하고는
한 20분 정도만 쌩하니 둘러보고
엄마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라는 슬픈 현실
돌아가는 길
내리막길을 걸어서 내려가선
또 강변으로..
셔틀까지 걷는데
병나실까 걱정되기까지 했다
매년 참 즐겁게 다녀간 곳인데
꽃이 덜 피는 일이야 자연이 하는 일이지만
걷는 일이 쉽지 않은 분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보이지 않는 행사진행에 실망스러웠다
게다가 모든 통행을 차단해도 이건 아니다 싶을 텐데
내려오는 길에도 차들은
스멀스멀 올라와서 주차를 하고
젊은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더라는 사실이
더 기분이 나빴다
말 잘 듣는 사람들은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셔틀을 타고
어떤 사람들은 자가용으로 마을 위까지 올라가고..
공평하지 않았다
매화 보러 다녀와선 불평뿐인 나 자신이
맘에 들진 않지만 닥친 현실이 그러했고
그 와중에도 엄마는 행복해하셨고 꽃은 너무 예뻤고..
내년부턴 매화마을 나들이를 포기 해야 하나,
우스갯소리로 6시에 출발할까 했던 것처럼
일찍 출발을 해야 하나,
평일 아침 일찍 구경시켜 드리고 오후에 출근을 해야 하나
심히 고민스럽다
천신만고 끝에 차로 돌아왔는데
할머니 두 분이 셔틀 타러 가시려고 기다리고 계신다
어찌 다녀오실지 걱정이 앞선다
부디 건강하고 행복한 꽃놀이가 되시길
아직 필 꽃이 많이 남아있어
쌩하고 한번더 보여드리고 싶은데 힘들겠지?
언제였던가?
때를 너무 잘 맞춰
온 산에 매화가 가득했던 그 날이 꿈같이 떠오른다
다니다 보면 언젠가 또 만나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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